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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중독자를 위한 기타서적

와타나베 이타루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리뷰

by Sublimer 2021. 6. 7.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표지 사진
★★★★☆  작가 와타나베 이타루 출판 더숲 발매 2014.06.02

 

 

 

 

1. 시골에 창업을 한 와타나베 이타루씨

 

오래간만에 참 좋은 책을 발견했다. 책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내용도 좋았다. 이 책은 저자인 와타나베 이타루씨가 도시에서 꽤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빵집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잔잔한 개인적인 자서전이다.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항간에 유행하는 창업성공기나 인생대역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 있다. 오히려 어려운 길을 선택한 와타나베 이타루씨가 그나마 먹고 살 정도(?)에 이르게 된 항간의 사정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아웃사이더였다. 학창 시절부터 늦은 나이에 사회 초년생으로 회사에 입사하기까지 그는 머물렀던 대부분의 장소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았다. 그러던 그가 꿈에 나타난 할아버지의 계시(?) 아닌 계시로 인해서 회사생활을 때려치우고 빵집 사장이 되기로 작정한다. 회사원으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사회의 부조리함은 직장 밖으로 뛰쳐나와 빵집에 취직한 후에도 이어졌다. 제빵기술을 위해 빵집에 취직했지만, 오히려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고된 노동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저자는 사회 전반에 만연해있는 노동력 착취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임을 깨닫고, 그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시골 한적한 곳에 빵집을 개업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빵집을 운영하겠다고 결정한 순간 스스로 자본주의의 중심으로 다시 뛰어들었음을 깨닫게 된다. 빵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을 수급하고, 빵을 만들기 위한 종업원들을 고용하고, 빵을 판매하는 것, 이 모든 과정의 자본주의의 중심논리와 뗄 수 없는 일이었다. 

 

 


 

 

화폐 사진
출처: unsplash

 

 

2.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장인정신

 

저자는 자본주의의 문제는 순환되지 않고, 부패하지 않는 비자연적인 "돈"을 중심으로 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을 더 많이 빠르게 벌기 위해서 더 많은 노동력을 착취해야 하고, 더 빠른 속도로 생산하기 위한 방법에 혈안이 되어 있다. 한정된 시간 내에 생산되는 생산량은 곧 이익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자본주의 구조에서 소규모 자본가로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빠르고 편리한 이스트를 빵에 사용하면 그만큼 더 많은 수입을 안겨줄 수 있는 터였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정신이다. 

 

그러나 저자는 편리한 생산방법을 뒤로하고 그는 일본 전통의 발효법을 이용한 느린 방법을 선택한다. 현지에서 조달된 재료들, 현지의 깨끗한 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현지에 살아가고 있는 효모균들을 통해서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고자 한다. 각종 효모균들이 자연의 과정을 통해 발효과정을 통해 빵을 발효하도록 만드는 것이 그의 생각의 핵심이었다. 일률적이고 효율적인 그러나 인위적인 방법인 이스트를 사용하는 것은 빵을 부풀어 오르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그러나 균은 살아있는 생물이고 민감하다. 발효에 사용되는 재료들이 신선하지 않거나 자연적인 방법으로 재배되지 않은 것이라면 균은 반응한다. 온도에 따라 환경에 따라 어떤 날과 또 어떤 날에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것은 통제되지 않고, 오히려 대화를 요구한다.  

 

책 전반에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이고 도제적인 장인 정신이 살아있다. 일본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일본의 정신이 잘 나타나 있다. 절제미와 전통미가 어우러져 있으며, 친자연적인 사고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팔리지 않는 빵을 만들고, 팔릴 수 없는 장소에 빵집을 개업하는 것이 아니라 SNS등의 오늘날의 문화환경을 적절하게 이용하여 소규모 자본을 지닌 자영업자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착취와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동을 보여준다. 

 

일 주일에 4일가량을 놀고, 돈을 벌기 위해 노동하지 않는다는 그의 생각은 오늘날의 사회와 참 동떨어져 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그의 삶에 대한 자세는 종교적이기까지 하다. 단순한 웰빙 빵집이나 착한 음식의 개념을 넘어서 좋은 빵집을 운영한다는 것은 좋은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임을 보여준다.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 자신의 삶의 방식 그 자체라는 사실은 돈을 위해서라면 이상도 꿈도 이미 팔아버린 오늘날 우리의 사회와는 참으로 다르다. 

 

오늘날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서 돈을 벌고 있는가 혹은 돈을 벌기 위해서 먹는가? 돈이 목적이 되어 버린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질문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참 깔끔한 음식을 먹고 난 후의 느낌이었다. 참 기분 좋은 책이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진정한 삶과 노동의 의미를 찾는『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일본의 작은 마을 작은 빵집에서 벌어지는 소리없는 경제혁명에 일본열도가 주목하고 있다. 바로 오카야마 현 북쪽의 가쓰야마라는 시골마을의 빵집주인 와타나베 이타루 저자이다. 저자는 자본 의 논리에 따라 부정이 판치는 세상이 싫어 자신의 생활을 지켜나가며 삶의 균형을 찾고자 빵집 ‘다루마리’를 탄생시켰다. 그의 양심있는 자본가의 모습에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천연균-발효라는 두 역할을 조화롭게 접목시켜 우리에게 마르크스 강의를 색다르게 들려준다. 21세기 일본 도쿄와 산업혁명이 일어난 19세기 영국 런던의 노동현실을 비교하며 마크크스와 천연균이 만난다. 균형은 순환속에서 유지되는 것이며 균의 의해 발효와 부패가 일어나야 하는데 현실은 자연의 섭리를 일탈한 부패하지 않은 음식, 즉 부패와 순환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 주장한다. 이에 ‘부패하는 경제’만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
출판
더숲
출판일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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