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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으로 향하는 오솔길

움베르트 에코 『프라하의 묘지』거짓말이 가진 권력

by Sublimer 2023. 3. 10.

 

 

 

프라하의 묘지 책 표지
프라하의 묘지 책 표지

 

 

1. 움베르트 에코 『프라하의 묘지』 줄거리


소설의 배경은 19세기의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한 사나이 시모니니는 자신의 악마적인 재능을 깨닫는다. 서류를 위조하고, 거짓을 만들어 내고 사건을 조작하는 일에 그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재능은 정부와 카톨릭 교회에 필요에 따라 활용된다. 도덕적인 기준이 없는 시모니니는 오로지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데 관심이 있다.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면서 반유대주의적인 선입견을 통해 거짓을 생산해 낸다.   

 

 


 


3. 다중적인 시점 구조
 

움베르트 에코답다. 이 소설은 독특하게도 화자가 3각 구조를 가진다. 전지전능의 시점에서 사건을 해설하는 작가와 이야기의 주인공인 시모니니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시모니니의 다른 인격인 달라 피콜로 신부이다. 이 세 개의 관점이 서로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전개 되기 때문에 자칫 전체적인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측면이 이 작품의 백미를 이룬다.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은 언제나 쉽지 않다.   

 

 


 

 

 

LIE라고 기록된 사진 이미지
세상에는 '진실'이나 '거짓'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관점'이 존재한다.

 

3. 거짓은 권력을 통해 진실이 된다
 

움베르트 에코 『프라하의 묘지』는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이지만, 더 큰 매력은 세계를 이루는 근본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일종의 거짓된 세계이다. 하지만 에코는 시모니니라는 가상의 인물을 그려내면서 그가 세계사적인 사건들에 은밀하게 개입해 있었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유포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열광한다. 시모니니의 거짓에 열광하는 소설 속의 대중은 에코의 소설에 열광하는 대중과 완전히 같다. 

 

세계사적인 큼직한 사건들인 카르보나리파의 결사주의, 프랑스 혁명,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드레퓌스 사건, 졸리, 뒤마, 프로이트 등의 인물들이 모두 등장한다. 중간중간 삽입된 삽화들은 이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러면서 슬며시 거짓말을 끼워 넣는다. 대부분의 거짓말이 그렇듯이 가장 효과적인 거짓말은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 속에 치명적인 거짓말 한가지를 끼워넣는 것이다. 시모니니는 반유대주의의 시온 의정서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히스테리 환자인 다이애나를 절묘하게 이용한다. 가히 악마적인 재능이라고 감탄할 수 밖에 없다.  

거짓은 거짓이기 때문에 나쁜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 거짓을 유포하고 소비시키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 때문에 나쁜 것이다. 거짓은 발이 빠르고, 유포된 거짓은 권력을 가진다. 자극적인 거짓말에 대중들은 열광하면서 거짓이 주는 단맛에 취한다.  거짓을 만들어내는 생산자는 이런 대중의 속성을 잘 알고 있다. 대중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 여부가 아니라 거짓을 통해서라도 채워지길 바라는 자신의 욕망이다. 그래서 나쁜 사회는 언제나  敵을 만들어낸다. 

 

 

코로나는 동양인들 때문이야!!!


코로나가 불러온  모든 문제는 이 한마디 말로 정리된다. 정부도 의료단체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대중들은 동양인들에게 분노를 쏟아부으면 될 일이다. 아마 십자가에 못 박혔던 예수도 비슷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바로 그가 희생양이라고 불리우는 까닭이다. "저 사람 때문이니 십자가에 못 박으면 된다"라는 최초의 외침은 아마도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진실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만들어진 적들을 사납게 물어뜯으며 자기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데 몰두할 뿐이다. 

 

마치 장난감 뼈를 물어뜯으며 사나운 야생의 본능을 다스리는 개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개보다 나은 점은 어떤 점인가?

 

 

 

 

 

 
프라하의 묘지 1
『프라하의 묘지』는 사상가, 기호학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 소설가 등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지식인 움베르토 에코가 6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장편소설이다. 거짓의 메커니즘, 뻔한 거짓말에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탐구하며 권력의 거짓말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해 온 작가가 자신의 연구와 실천을 집약했다. 거짓과 음모의 중심에 있는 시모니니라는 인물을 통해 19세기 유럽의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음모론이 어떻게 생산되고 퍼져 나가는지 보여준다. 당대의 모습을 담고 있는 59점의 삽화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 대부분이 작가가 직접 수집한 컬렉션에서 뽑아낸 것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증오하는 시모네 시모니니. 그가 사랑하는 것은 오로지 맛있는 음식들뿐이다. 어느 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과거를 떠올리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망설이지 않고 실행해 온 추악한 삶이 하루하루 재구성된다. 정세나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입장을 바꾸며 거짓과 음모를 날조해 온 시모니니. 마침내 그는 자신을 기억상실에 빠뜨린 충격적인 사건에 다가가는데….
저자
움베르토 에코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201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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